EXHIBITIONS


기획전질문의 책아트스페이스3, 서울 2024.05.24-06.08


《질문의 책》
참여작가: 김건우, 김연진, 문서호, 박원근, 송석우, 임현지, 홍예진
기획: 이한범(미술평론가)
주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한국예술종합학교 발전재단
후원: 신영증권

오래된 농담이 날씨를 맛보려면 누굴 저녁 식사에 초대해야 할까? 닿을 일 없다면 깨질 일도 없을까? 숲이 흔들리는 건 초록이 움직이는 일일까, 새가 우는 일일까? 착한 사람들은 보폭을 맞춰 걷는다는데, 그들은 과연 이름 없는 섬에 다다를 수 있을까? 앎은 불안의 뒷덜미를 잡는 일일까, 아니면 손을 맞잡는 일일까? 신중히 놓아둔 것과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은 서로 잘 아는 사이일까? 동그라미의 말을 듣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건 속도일까 위치일까?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물과 다해화기 위해, 질문은 나선의 밤을 보내지 않았을까? 그 밤에 희망은 비로소 질문을 입양하지 않았을까?

‘질문’과 ‘책’에 관한 사소한 환기가 필요하다. 《질문의 책》에서 ‘질문’은 의문형 문장부호가 붙은 물음에 국한하지 않고, ‘책’은 지면이 순차적으로 나열된 물건을 이르지 않는다. ‘질문’은 답을 구하는 지침이 아닌 조형의 대상이며, 작품은 질문의 조형성 안에서 문제시 된다. 이러한 질문과 관련하여 책은 아마 영원히 완성되지 못할 프로젝트일 것이다. 그것은 다만 지치지 않고 우리에게 읽기를 요구한다.

최초의 제안은 ‘각자의 작업을 구성하고 또 촉진하는 사물과 힘에 관해 숙고’해보는 것이었다. 우리는 처음에 이것을 ‘협력적 관계의 탐색’이라고 불렀고, 이를 통해 ‘작품’이라는 사물의 내재적인 네트워크를 그려보고자 했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명시화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아직 상상되지 못한 다음의 조형을 모색해보기 위함이었다. ‘질문’은 이 과정의 중간에 발견된 하나의 관념이다.

《질문의 책》이라는 기획의 근간을 형성하기 위해 상상했던 ‘움직임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 생산 없는 생산, 반 발 뒤로 물러남으로써 시작하는 여정—방랑, 보여줌/ 보여짐 아닌 읽힘/읽기. 이것은 예술을 형태화하는 당대의 제도들, 특히 예술학교와 예술교육에 관한 문제의식 속에서 상상된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