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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최희승(큐레이터)드나드는, 호기심 어린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
카메라를 손에 드는 일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진 이미지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이전에 송석우의 사진 앞에서 곧바로 감각할 수 있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것이 두말할 것 없는 사진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이미지는 그것이 어떤 크기로 어디에 출력되어 있던지 카메라를 통과하여 만들어진 종류의 것이라는 자명함을 지닌다. 사진은 경우에 따라 회화나 조각을 닮기도 하는데 그의 화면에서는 일정 시간 매체를 단련하여 익힌 기술과 이를 통한 드러난 납작하고 선명한, 언젠가 존재했던 현실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이미지 내부에서 발생하는 시선 전개의 안정감이다. 마치 삼각대 위에 단단히 고정된 카메라와 같이 화면 속의 거의 모든 부분이 주어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호하고 유동적인 수증기를 담아내거나 숲에서 우연히 만난 새들의 모습을 담게 되더라도 송석우의 사진은 우직하게 뷰파인더 위로 이미지를 새겨낸다.

사진과 안정감. 자신의 기저에 ‘카메라를 드는 행위’가 있다고 말하는 작가에게 사진은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의 목표가 안정감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2017년 전후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송석우는 그동안 다양한 피사체를 촬영해왔다. 풍경과 인물, 도시와 일상, 사물과 초현실적인 장면에 이르기까지 대형 사진과 디지털 이미지를 오가며 사진이라는 테두리를 더듬어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가 오랜 시간 몰두했던 것은 4x5 필름 대형 카메라를 사용한 연출 사진들인데 이것이 비교적 고전적인 방식을 지니고 있었다면, 최근에는 직접 제작한 가벽에 사진을 설치하는 방식이나 조각을 만들어 찍는 등 매체를 확장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요약하자면 작업의 초반에는 연출 사진의 범주 안에서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낸 작가는 현재 그 연출의 방식을 사진의 바깥까지 데리고 나오는 실험 중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송석우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로서 자리하고 있는 ‘연출’에 대하여 다시 두 가지 질문을 해보고자 한다. 그에게 사진으로 만들어 내고자 하는 장면이 먼저인 것인지 아니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먼저인 것인지 그리고 1993년 생인 작가의 연출 사진은 이전의 것과는 어떻게 다르며 어떤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후자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아니지만 그는 한동안 자신이 속한 사회와 세대의 이야기에 천착하였다. 2030 청년, 한국, 남성, 견고한 시스템과 부적응한 개인 등을 키워드로 사회 구조 안에서 적응하지 못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풀어냈다.1 전자에 대하여서는 그의 연출 사진의 시작점이 되는 ‘현장의 기시감’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로케이션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기시감이 드는 즉 익숙하게 느껴지는 장소를 선택하고 그곳을 최소한 3번 방문하며 구체적인 장면과 내용을 동시에 만들어나가는 방식을 지닌다.

화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회색 계단의 반듯한 직사각형, 계단 위에서 둘씩 쌍을 이루고 있는 흰색의 반원형 화분, 모두 같은 높이로 재단된 화분의 나무, 계단과 화분 사이마다 얼굴을 가리고 선 인물들, 날씨와 빛, 인물의 키, 성별, 의상…… 카메라를 손에 잡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이 그곳에 정지하여 있다.2 동시대 한국 청년으로서 자신이 감각하고 경험한 경직된 사회 구조를 말하기 적합한 설정 같기도, 정해진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여 만들어진 풍경으로도 보인다. 송석우가 연출 사진의 촬영 현장을 선택하며 좇았던 기시감이 어디에서 생겨난 것인지 섣불리 정의 내릴 수 없을 것이다.3 불가피하게 순서와 디렉션을 따라야 하는 연출 사진의 특성과 결과물로써 구축된 이미지, 작업의 동기가 된 개인의 경험, 사회적인 것으로 확장된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카메라를 드는 일의 목적과 사진 이미지를 구성하고 제작하는 방식에서 그는 다양한 질문을 통과하고 있다.

프레임 밖에서의 Wandering, Wondering
2024년 시작한 노 드레스 코드 (No Dress Code)(2024- ) 시리즈에서 송석우는 작품의 제목과 같이 그동안 자신이 따르고 정해온 규칙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보이게 되었다. 다만 이전의 것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형태가 아닌 일종의 과도기적인 모습이 혼재하는데, 필자의 눈에 들어온 사진들은 기존의 연출법에서 확연히 달라진 것들이다. 예를 들어 반파된 자동차가 모래사장 위에 꽂혀 있는 모습이나, 오래된 숲속 나뭇가지 위에서 수십 마리의 백로가 무리 지어 둥지를 틀고 있는 장면, 손금이 도드라진 손바닥 위에 모래주머니처럼 동그랗게 놓인 어떤 씨앗의 사진이 그것이다. 이 사진들의 공통점은 그가 이전보다 사진을 덜 의식한 사진, 다시 말해 우연히 발견한 장면을 조명 없이 간소하게 찍었거나 손바닥의 손금과 식물의 수관을 보며 순간적인 감각에 이끌려 셔터를 누르게 된 사진들이다.

한편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연출의 영역이 프레임 밖으로 튀어 나오기도 한다. 사진이 설치미술의 형식을 입는 일은 낯설지 않은 어법이지만 송석우의 맥락 안에서는 주목할 만한 변곡점이다. 그는 노 드레스 코드 시리즈의 근작에서 매쉬로 접이식 벽을 제작해 거칠고 이동과 변형이 가능한 상태로 사진을 걸거나 대형 시트 출력으로 배경이 되는 사진을 붙이고 다시 그 위에 다른 사진을 조합하였다. 《엮어, 보아》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2025) 전시에서는 백로 서식지 이미지를 독립 벽체 전면에 시트 출력으로 부착한 뒤 호환하는 이미지로서 밤 바다의 사진을 벽 중앙에 액자로 걸고, 왼쪽 하단에 망원경이 위를 향해 놓여있는 사진을 작게 부착하여 마치 새를 바라보는 것처럼 연출하였다. 사진을 겹쳐거는 일에 덧붙여 그래픽 기호처럼 대하는 이러한 작은 재치는 연출의 확장에 대한 당위성과 청년이라는 자신의 세대를 말하는 작가에게 걸맞은 제스처로 작용한다.

한편 위와 같이 서로 다른 장소와 시점에 완성한 이미지를 3-5장 선택하고 각각의 크기를 정하여 겹치도록 조합하는 방식은 복합적인 양상을 지닌다. 우선 백로 서식지의 이미지가 액자 안에 놓이는 것과 다른 이미지의 배경이 되는 것은 다른 태도와 감상법을 요구하는 것이다. 마치 포토샵에서 여러 이미지를 불어오기 하듯이  2차원의 평면을 대하는 감각을 전시 공간에 펼쳐놓는 방식 또한 이전과 다르다. 마지막 결과물이 놓이는 영역을 프레임 밖으로 설정함으로써 고려해야 하는 물리적인 한계 또한 다른 차원의 것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송석우에게 ‘사진’뿐만 아니라 ‘차림새’, ‘청년’과 같은 코드(code)는 개인과 집단의 경계에서 그것을 기준점 삼아 수용할 수도, 부정할 수도, 유희할 수도 있는 강력한 테두리가 되어 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안전히 존재하는 범주의 이곳저곳을 들여다보여 조심스럽게 넘나들어 보는 것이다.

송석우가 가장 최근에 제작한 사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바시스 레지던시 (Basis Frankfurt)에서 약 80일 동안 머물며 작업한 것들이다. 이국적인 배경과 모델의 국적, 새로운 풍광과 낯선 곳에서 지내며 신선하게 다가온 자연사 박물관에서의 오브제와 지역 식물원에서의 소재들이 화면을 이룬다. 촬영의 장소를 정하고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식이나 적당한 우연을 가미하는 비중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Wandering, Wondering (2O2O- ) 시리즈에서 한국 사회의 집단에서 겪었던 소외감을 말했던 것과 달리 진정 이방인이 된 그의 작업은 호기심과 설렘, 불안이 뒤섞이며 이전과 다른 종류의 안정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와 같이 매체의 안과 밖으로, 지역의 안과 밖으로 그의 ‘드나들기 (Wandering)’는 서서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 카메라를 손에 든 그가 작업에서 전개하게 될 다양한 사진의 수용과 확장 그리고 갱신의 형식과 개인과 사회라는 큰 맥락에서 자신의 특수한 지점을 찾아가는 모습을 기다려봄직하다.

1 <Wandering, Wondering> (2O2O- ) 시리즈에서 송석우는 자신이 의경 시절 경험했던 소외감과 적응의 어려움이 모티브가 되어 그것을 사회적인 차원으로 대입하여 시스템과 청년의 이야기로 다루고 있다.
2 송석우, <Wandering, Wondering #37>, 2023,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64x80cm
3 작가가 말하는 기시감은 복합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 현장과 주변에서 발견한 분위기와 특징, 이전에 보았던 이미지들이 데이터와 같이 뒤섞여 작가적인 직관이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