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20대 남자’의 초상 (2021) - 김소희(Curator’s Atelier 49 디렉터)


인물과 사회적인 관계를 탐구하는 송석우 사진가 (2021) - 엄우산(VDCM 기자)


Us 혹은 Cage : <우리 없는 우리> (2020) - 김진혁(독립큐레이터)




《Wandering, Wondering》 : ‘묶음’을 풀기, ‘한눈’에 읽기를 포기하기 (2020) - 김맑음(독립큐레이터)


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_Book, Monograph 부문 은상 수상자 인터뷰 (2018) - 조원준(VDCM 기자)


젊은 날의 초상_<정체성의 사유> 리뷰 (2018) - 석현혜(사진예술 기자)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우리의 시선은 확장된다 (2018) - 황혜림(로우갤러리 큐레이터)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수의 청년은 사회가 정한 교육을 받으며 다수와 비슷한 흐름에 맞춰 삶을 살아왔다. 이제 성인이 된 그들은 익숙했던 숲에서 나와 비로소 자신이 살고 있던 숲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들은 푸른

숲을 보며 지난날을 생각하고, 고개를 돌려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제각각의 방향을 응시한다. 그러나 아직 사회에서 자립하지 못한 이들에게 세상은 너무나 거대했다. 사회는 끊임없이 어떠한 성과를 내보이기를 원하고, 자신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압박한다. 발걸음을 내딛기가 쉽지 않다. 이 넓은 곳에 발 디딜 곳이 있기나 한 걸까. 송석우 작가는 〈Wandering, Wondering〉(아트비트 갤러리, 5.6~5.12)을 통해 거대한 사회 속에서 겪은 외로움과 공허감을 느낀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녹여내고, 같은 감정을 느꼈던 이들이 공감하기를 바란다.

소외된, 버려진, 드넓은 공간에서 20대 초반 청년들이 일련의 몸짓을 행한다. 이들은 사람의 발자취가 비교적 드문 곳에서 비슷한 복장을 맞추고 비슷한 동작을 취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작가의 작품에서 청년들은 일련의 동작을 취하고 있지만, 뜬금없다. 갑작스럽고 엉뚱한 이들의 행동은 아무런 설명 없이 작품에서 행해진다. ‘Wandering Wondering #01’에서는 청년들이 앞으로 가지 못하도록 만든 구조물 위에 올라 발이 뜬 상태로 아래를 바라본다. 이러한 상태에 빠진 청년들은 자신이 어째서 이러는지 알고 있을까.

일부를 제외한 평범한 청년들은 특별한 사건 없이 나이가 들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다. 이들은 사회가 취업준비생으로 부르지만 넓은 사회 속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 ‘어째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할까’ 방황하고 이상히 여겨 많은 노력을 하지만, 낯설고 넓은 세상에 자신이 서 있을 장소를 찾기는 쉽지않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어린시절을 보내고 나이가 조금 들었을 뿐인데 어느새 낯선 사회에서 이유도 모른 채 방황하게 되었다.

“어느 누구도 우리의 삶을 강요하거나 억압한 적이 없다.” 작가노트에 적힌 말이다. 현대 사회는 누구에게도 삶을 강요하지 않는다. 모두에게 자유를 보장해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회로 발전했다. 노력한다면 정말로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과사회(成果社會)로 불리기도 하는 현대는 성과를 이루지 못한 이들에게 가혹하다. 성과 없이는 무엇도 될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자기소개서 한 줄을 더하지 못하면 기업은 채용하지 않고, 남들보다 문제를 덜 맞히면 시험에서 떨어진다. 사회가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도태되지 않기 위해 구성원은 각자의 분야에서 자유롭게 노력하지만, 모두가 기준을 넘을 수는 없다. 성과가 부족한 누군가는 반드시 생겨나기 마련이다. 성과를 채울 때까지 혹은 다른길을 찾을 때까지 그 누군가는 넓은 세상에서 앞으로 걷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방황한다. 스스로가 바라보는 방향이 옳은 길일까 확신하지 못해 발을 떼기가 무섭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성과를 내보일 수 있는지 스스로의 답을 찾지 못한 청년들을 대신하는 이들이다. ‘Wandering Wondering #02’에서는 교복에 밀가루를 묻히고 졸업식을 끝낸 청년들이 작게 보인다. 자유로운 사회에서 각자는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대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길이 옳을까. 세 명은 비슷한 각도로 몸을 틀어 거리를 둔채 자리를 지키고, 한 명은 세 명과 확연히 다른 방향을 보고 서 있다. 어디서 들어왔는지, 나가는 곳은 어딘지, 입구나 출구가 보이지 않는 넓은 공간에서 차렷 자세로 움직이지 않는다.

93년생 작가 또한 20대를 겪으며 느낀 감정을 작업 활동을 하며 풀어냈다. 이전 작업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20대 초반 친구들을 만나며 작업을 진행했다. “제 감정과 그 친구들이 느끼는 감정이 함께 통합되는 순간이 있더라고요.”홀로 사색하는 시간을 거친 후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들과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작가는 사회로 한 걸음을 내딛는 과정에 있는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나며 개인에서 사회로 확장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각자가 가는 길, 하는 일이 다르지만, 우리는 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서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옳은 길을 걷기 위해 고민하지만 확신할 수 없다. 사실 옳은 길은 없지 않을까. 서로가 서로를 껴안아 위로하며 삶을 살아갈 뿐이다. 전시장 곳곳에는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작품 속 인물, 의지하며 쓰러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인물(Wandering Wondering #05),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인물(Wandering Wondering #12), 발가벗은 채 서로를 부둥켜안은 인물 등 다양한 장소에서 작가가 바라본 방황하는 20대의 모습이 나타났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20대뿐만 아니라 관람객 모든 이들이 작품 속 사회로 향하는 과정의 몸짓언어를 보며 자신의 지난 과거를 회상하거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